안경은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을 위해 발명됐지만 그 용도는 진화하고 있다. 햇빛을 막아주는 선글래스가 생겼고, 패션의 일부로 안경알이 없는 테만 쓰기도 한다. 스마드폰을 대신할 구글안경도 생겼다. 그렇다면 앞을 못 보거나 시력이 매우 나쁜 시각장애인에게는 안경이란 효용성 없는 물건일까. 정반대다. 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시각장애인을 도와주는 안경을 선보였다. ‘오어캠’이다.
오어캠은 2010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이들은 시각장애들을 위한 안경 개발을 목표로 3년간 연구한 끝에 최근 ‘오어캠’을 출시했다.
오어캠은 구조만 놓고 보면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안경 ‘구글안경’과 비슷하다. 오어캠 안경 다리에는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다. 사용자가 손으로 특정 대상을 가리키면 카메라는 이를 인식해 관련 정보를 음성으로 들려 준다. 음성 정보는 귀에 연결된 스피커로 전송된다. 스피커엔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보청기가 내장돼 있다. 스피커는 일종의 통역기 역할을 한다. 일반 통역기와 다른 점은, 언어를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눈 앞 상황을 카메라로 읽어 통역해 준다는 점이다.
오어캠이 알려주는 정보는 다양하다. 사용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서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면, 오어캠은 “빨간불입니다”라고 교통신호를 알려준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150번 버스가 오고 있습니다”라고 버스 번호도 안내한다.
오어캠은 시각장애인에게 쇼핑하는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마트에 가면 같은 품목이 브랜드별로 진열돼 있는데, 오어캠이 이를 구별해 알려준다. 우유 진열대에 가서 제품을 만지면 “○○ 우유입니다”라거나 “×× 딸기맛 우유입니다”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결제도 문제 없다. 신용카드를 꺼내면 “VISA 카드입니다”라고 알려주고 지폐를 만지면 “10달러 지폐입니다”라고 금액까지 알려준다.
오어캠은 시각장애인 학습 도우미 역할도 맡는다. 손으로 신문이나 메뉴판 간판을 가리키면 오어캠이 해당 문장과 글자를 인식해 읽어주는 덕분이다. 손글씨나 그와 비슷한 필기체 글꼴은 아직까지 인식하지 못한다.
오어캠은 스마트폰 크기의 시스템이 저장된 본체와 안경으로 나뉜다. 둘은 얇은 선으로 연결돼 있다. 본체엔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외부에서도 별도 전원 없이 쓸 수 있다. 사용자가 소지품이나 주변 물건 정보를 미리 입력해둘 수도 있다. 오어캠은 기존 안경이나 선글래스에 부착해 쓸 수도 있다.
오어캠 안경 가격은 2500달러다. 우리돈 260여만원이다. 이스라엘 언론 더메에커는 인텔캐피털이 오어캠 가치를 높게 평가해 1500만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요나탄 웩슬러 오어캠 부사장은 “오어캠 안경으로 전세계 2억8천만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오어캠은 얼굴인식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